육아x철학

‘울지 마’라는 말이 아이에게 남기는 것 – 말이 감정을 덮을 때

위드투썬스 2025. 6. 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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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괜찮아”는 정말 괜찮은 말일까요?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을 통해 아이 감정을 지우지 않는 대화의 힘을 함께 생각해봅니다.

“울지 마, 괜찮아”는 정말 괜찮은 말일까?

– 말이 감정을 지울 수도 있다는 것

“울지 마, 괜찮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수십 번쯤은 말하게 되는 말입니다.
눈물로 호소하는 아이에게 위로하고 싶어서,
그저 진정시켜야 할 상황이라서,
혹은 나조차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괜찮은 말일까?’


아이의 감정을 덮는 ‘좋은 말’들

“다 지나갈 거야.”
“그건 아무 일도 아니야.”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마.”
이런 말들은 겉보기엔 부드럽고 잘 의도된 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울고 있는 내 마음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경험이죠.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게임: 말은 현실을 구성한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말은 단지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을 구성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언어를 언어 게임이라 불렀습니다.
즉, 우리는 말을 통해 감정과 규칙, 가치, 의미를 만들고
그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거나 오해하게 됩니다.

“울지 마.”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처럼 들리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울면 안 되는 거구나’라는 규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감정 자체보다 ‘말의 맥락’이 중요하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의미는 그 단어 자체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쓰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습니다.

같은 "괜찮아"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죠:

  • ✅ “괜찮아,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해.”
  • ❌ “괜찮아, 그건 별일 아니야.”

말은 감정을 수용하기도 하고, 억누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것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감정을 인정하는 말, 감정을 밀어내는 말

감정 수용형 말감정 억압형 말
“속상했겠다.” “울 일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예민하게 굴지 마.”
“엄마가 옆에 있어.” “이 정도는 참아야지.”
 

말의 내용보다 중요한 건
감정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주느냐, 밀어내느냐입니다.


부모의 말이 곧 아이의 내면 언어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따라 말하고,
부모의 말로 자기 자신에게도 말합니다.

“괜찮아”는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 ‘괜찮아’ 안에 아이의 감정을 지우지 않는 한에서만.


말은 칼일 수도, 다리일 수도 있다

육아는 말로 아이를 다듬는 시간이 아닙니다.
아이와 말로 연결되는 시간입니다.

‘울지 마’ 대신,
‘그래, 울 수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아이의 감정에 공간을 허락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자기 감정을 인정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저의 둘째아이가 항상 울어대서 많이 힘들다고 느낄때가 많아요.
저도 사람이기에 우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는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어떨땐 아이에게 탄식조로 왜 울면서 얘기하는지 채근하기도 하고,
하면 안되는 말들인걸 알지만 제 감정이 이미 한계를 넘어설때가 많더라고요.
오늘, 다시 한번 되새기고 외워보려고요.
"괜찮아, 니가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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